만물박사의 궁금증 해결소

 서평 형식으로 읽기 쉬운 사이토 다카시 작가(교수)의 책 4권을 소개해볼까 한다. 많은 책을 쓰는 작가, 다작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요즘은 출간 소식이 뜸한 것 같다.

 

1.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인문 교양 책에 대한 정보를 구하던 중 몇 번 들어본 책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을 읽게 되었다. 2009년쯤 출간이니 7년이 넘은 책이다. 내가 인문을 비롯해 교양지식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며 자연히 책에 대한 평가도 하게 된다.

 

 한 마디로 요즘 나오는 인문교양서와 비교해도 큰 무리가 없겠다. 다만 저자 사이토 다카시의 주관적 견해가 드물게 나오는데 견해가 나오는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7년이 지난 현실에서 조금은 바로 잡을 여지가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먼저 왜 요즘의 인문교양서와 큰 무리 없이 비교를 했는가 하면 요즘 출판되는 인문학 쪽의 교양도서는 예전과 같지 않고 정적인 지식을 재밌게 포장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처럼 세상을 움직이고, 세상에서 움직이는, 마침내 움직임의 그 장면을 포착(동학 내지 다이너미즘Dynamism이라고도 부른다)해서 살아 움직이는 동적 지식(동학動學, 동적인 지식을 연구하는 학문)을 저자가 일정한 논리로 편성하여 제시하는 콘텐츠를 담아낸 책이 요즘 추세적으로 읽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비교적 최근 다카시 교수의 다른 저서, 역시 인문분야의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다카시 교수의 본인에 대해 좀 알게 되었는데, 그의 지적 편력인 역사, 철학, 그리고 문화,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입장이 이 책에 많이 녹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평하자면 그동안 1~2년간 읽은 가벼운 브런치 정도의 인문학 책 십 수권이 이 책으로 일정 정리가 된 것 같다.

 

 

2. 철학 읽는 힘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책을 통해 인기를 가진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제목이 <철학 읽는 힘>이다. 이 책은 서양철학사의 거점식으로 다루고 있다. 이 거점을 구분하는 시기를 보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에서 태동해 '기독교관'의 중세를 지나 '합리주의의 데카르트와 관념론의 칸트, 변증법의 헤겔'을 경유해 '니체, 하이데거, 구조주의(Structuralism, 構造主義)'에 이르는 여정이다.

 

 <철학 읽는 힘>은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대중적 글쓰기 스타일, 그 스타일이란 자신의 삶의 스토리와 인생에서의 깨달음을 책 안 텍스트에다 녹여낸 점인데 대중교양서를 표방하는 의도로써 그가 한 때 몰두했던 '서양철학사'를 너무 방대하다고 느끼거나 마냥 딱딱하고, 고루하고, 지루하게 느꼈던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전해진 아리스토텔레스대代에 이르게 되면 당대의 제분야의 학문이 집대성을 이루고 이는 기독교 교리와 함께 근대에 합리주의의 출현 전까지 서양세계에서 세계관을 약 2,000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강고하게 지배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를 아리스토텔레스 제국이라고까지 한다.

 

 서양철학사에 관심이 있다면 고대 그리스 철학을 읽으면서 고대 그리스의 역사, 인물을 접하다 낯선 이름을 접하다 지치고 중세 기독교 중심의 세계관 (예를 들어 움베르트 에코'장미의 이름') 에 이르면 교권(교황)과 황제 간 대립과 마찰의 역사를 보다가 지치고 겨우내 르네상스Renaissance운동에 이르게 된다. 이 복잡해서 지치게 한 2,000년의 역사를 사이토 다카시는 서양철학사를 자의적으로 나눈 세 거점 중 첫 거점으로 보아 아리스토텔리스 및 기독교에 의한 제국 건설로 명명한 것이다.

 

 

 다음 시기인 합리주의의 등장이다. 이때부터는 신에 대한 의지 만에서 차츰 거리가 생기게 되고 인간 이성에 점차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한다. 자연과학의 발전과 (큰 틀에서 르네상스라는 신문화운동의 조류 속에서) 일명 근대적 자아 각성을 거쳐 헤겔의 '절대정신'에 이르게 된다. 한 인간의 생애에서 더 나아가 인류의 역사가 인간 이성 발전에 있다고 보고 인간의 정신에 신뢰를 부여해 '절대정신'이라고 한 것이다.

 

 다음 시기는 실존주의의 니체, 하이데거, 그리고 구조주의의 소쉬르이다. 이 시기부터는 알다시피 다양한 철학 사조로 분파되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가장 난해하지 않나 싶다. 그렇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 시기는 직전의 절대정신에 이르러 완성된 기존 서양철학사를 해체하는 시기라고 한다. 책의 구성도 그렇고 서양철학사 구분의 마지막 시기임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사족이지만 다윈, 프로이트, 마르크스까지 사회로의 영향력에 미루어 사상이라 언급하기도 한다.

 

 <철학 읽는 힘>은 무엇보다 서양철학을 입문하거나 개략적으로 구분을 짓는다. 속된 말로 토막 쳐내어 한눈에 보기 좋게, 흐름을 이해하게 하려는 생각인 것이라 미루어본다.

 

 이렇게 책의 의도뿐만 아니라 텍스트를 읽어내는 중요한 척도인 번역 또한 매끄러워 읽기에 좋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잡담이 능력이다> 등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 책도 부담이 없이 읽기에 좋지 않을까.

 

3.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 간결하게 임팩트Impact를 주는 책 제목이다. 스타일이 여전하다. 사이토 다카시 다운 전개이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도 말하고 있지만 논어는 지내온 시간만큼이나 관련 책들이 많다. 이 책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도 불과 그중의 하나일 뿐일 수 있지만 다카시 교수만의 독법만큼은 여타 책과 차별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다카시 교수는 그의 전작인 <철학 읽는 힘>에서도 그렇지만 역시나 비판적 독서를 한다.

 

 

 책은 그의 다양한 공부 경험처럼 공자와 그의 제자와의 대담을 기록한 <논어>에 중점을 부여하되, 서양 사상으로 가지를 뻗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부러워지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논어>가 일정한 체계적 분류가 없이 공자와 제자와의 대화가 어지럽게 놓여있다고 느끼는 독자가 많은데, 자신은 그런 <논어> 방식이 일정한 방향성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다만 학문이 지향하는 바가 지금과는 달랐다고 본다고 말한다.

 

한편 저자는 세계 4대 성인 중 공자만이 반체제적(예수, 소크라테스), 반속세적(석가모니)가 아니어서 오늘날 현대인의 처세에 본보기로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재미있는 비교다.

 

 무엇보다 저자는 쉽고 편하게 독자들이 지적 욕구를 채우게 돕는 것 같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일본 고전 이야기, 그리고 오늘날 현대의 상황에서 비교되는 대상을 찾아 비유를 드는 식으로 말이다.

 

4. 한 줄 내공

 

 

 많은 책을 내는 작가인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신작 <한 줄 내공>이다.

 

 그의 책은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철학 읽는 힘>, <논어에서 얻은 것들>해서 이번 신작까지 좀 읽은 편이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취향을 생각해보니 역시 인문학이라는 공통의 코드Code가 있다는 걸 느낀다.

 

 이 책을 소개하면, 다카시 교수가 지금의 성공이 있기까지 한 때는 어려웠던 자신의 인생을 함께 이야기하며, 그동안 자신이 금언으로 삼는 "수천 개의 문장 가운데 나를 성장시키는 한 줄을 찾아라!"를 상기하며 독자들에게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고난의 시절에도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는 한 줄 내공을 제시한다.

 

 

 <한 줄 내공>은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관점에서 유명한 책 속의 한 줄을 말하며 어떻게 음미하고, 그것을 자신의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어떻게 흔들리는 자신을 굳건히 지탱시킬 수 있는가를 말한다.

 

 이처럼 책은, 책 속의 한 줄은 우리의 인생에서 큰 힘이 되어준다. 다카시 교수의 독서력에서 나온 단순한 원리가 아닌 많은 성공한 이들의 DNA에 각인된 증명된 원리인 것이다.

 

 나는 "너의 책 속의 한 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할 그 "한 줄"이 아직 분명하진 않지만 그러한 한 줄, 한 줄이 담긴 책에 대한 가치와 의미는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

 

 어쨌든 이러한 책 속 한 줄의 의미를 각인시키는 신작 <한 줄 내공>의 책은 분명 이런 취향의 독자에게 유익한 독서가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