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박사의 궁금증 해결소

 

 지리학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종종 있다. 게다가 하필 '지도'하면 다양한 지리학적 지식을 반영한 지리지도, 즉 기후, 지형, 인구, 생태(생리) 등 일반적 지도 외에 특정 주제도(문명, 어족, 종족 등)가 연상된 바람에 '지리학'하면 으레 복잡하다고 생각하기도 쉽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이 책 <왜 지금 지리학인가>이런 고정관념과 거부감을 불식시키고 세계정세를 한 꺼풀 벗겨내고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지리적 교양의 힘을 제시했기에 나 개인적으로는 그 유용함을 취할 수가 있었다.

 

 <왜 지금 지리학인가>의 서문에서는 "지리학의 중요성"(미국 현대 전쟁사 중 하나의) 직접적 사례를 통해 체감하도록 한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에게 인도차이나반도에 대한 기초적 지리학적 지식만 있었더라도 미국이 국내외에서 강한 비판을 받으며 명분이 약한 이 전쟁에서 역사에 실패로 기록되는 전쟁사를 남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것이다. 더불어 전쟁 상대국이었던 이라크를 백지도에서 대략 가늠해 짚을 수 있는 미국인이 일곱 명 중 한 명뿐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미국인)가 평소 활용하는 지식을 일반지식이라고 하면, 일반지식과 지리 지식이 균형해 있지 못하고 비대칭한 것은 저자 하름 데 블레이 교수에 따르면 위험하고 우려하는 것이다.

 

 이런 지리에 대한 무지는 정규교육과정에서 비중이 축소되고, 교양수업에서 소외된 지리학의 위상에서 그 이유가 자명하다. 지리학이 복잡한 세계에 대한 이해를 한층 심화할 것임은 물론 그 방법이기도 하다. (집에 지구본 내지 지도첩을 구해놓을 것을 권한다) 이른바 저자는 지리적 교양과 국가 안보를 따로 떼어 놓지 않고 동일한 주체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지리학으로 세계를 본다는 것은 보다 차원이 높은 시야를 통해 국제정세를 관망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가 있다.

 

 

 지도를 통해 국가 간 분쟁의 징후를 볼 수 있다는 이제는 다소 진부한 사실을 알고 있는가? 중국과 인도간 국경에서 국지적 분쟁이 있기 전 중국 지도첩엔 인도에서 주장하는 국경선 안 쪽 일부가 중국 국경선 내에 있었다.

 

 인구와 기후 또한 지리학에서 다루는 중요한 데이터이다. 먼저 인구를 살펴보면 20세기의 인구폭발은 결국 안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구가 한정없이 증가하는 것만큼 지구의 불안정을 증폭시키는 요인도 없지만 그 반대인 지속 가능한 산업과 인구구조의 관계의 기초가 세워지지 않은 채 이뤄지는 인구 감소화 추세 또한 치명적 딜레마이다. 인간생존의 존엄과 고도화된 산업생산이 뒷받침되는(중심부에 위치한)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주변부로 이원화하는 세계에서의 지리적 파노라마는 세계가 여전히 평평하지 않음을 비추고 있다.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가 극적 치명적 기후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명제에는 양립하는 견해가 있지만 두 주장 모두를 상쇄할 수 있는 것 또한 기후환경의 변화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순간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이어져온 빙하기를 분석해 뒷받침한 자료를 보면 지구의 온난화를 감속하고 나서도 더 중요한 것은 (현재는 간빙기이지만) 언젠가 다시 찾아올 빙하기처럼 지구의 기후환경을 관통하는 전지구적 기후변화인 것이다.

 

 


 

 

(<왜 지금 지리학인가>을 두 부분으로 분설한다면 이 쯤이 되겠다...)

 

 

 이제부터는 지구 각 지역의 지리로 다루는 지정학적 문제(분쟁과 테러)와 그 지리적 가능성이다. 몇몇 사례를 들고 있다. 먼저 서남아시아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이다. 아프가니스탄은 대표적인 종족분쟁지역로서 미국이 애초에 험난한 산악지형으로 경계 지어진 각 민족 간 분계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은 미국이 자신들이 의도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축출 후의 안정을 달성하는 데 큰 장애가 되었다. 이라크는 이슬람 종파간 분쟁과 소수민족 쿠르드족이 얽혀있는데 이 또한 이곳 지리와 이슬람 종교 분파(수니파와 시아파)와의 연관성, 그것이 미친 교의(교리)와 무관치 않다.

 

 하나 특기할만한 사실은 '아프리카의 이슬람전선'이다. 사하라 이남과 에티오피아에서 종축으로 남쪽(아프리카의 뿔: 소말리아)인데 이 전선(점이지대)에 해당하는 국가는 현재까지 이슬람 대 비이슬람의 충돌로 얼룩져 있다.

 

 다음은 중국이다. G2인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은 이미 경제, 군사, 문화 등에서 일어나고 있다. 저자 하름 데 블레이 교수는 두 국가를 상당히 이질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과거 2차세계대전 이후 소련과의 체제경쟁 당시 적대하긴 했어도 같은 (서구) 문화권이어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지만 현재 중국은 인류문명사 적으로 봤을 때 미국과는 최초의 이(異)문화 간 냉전으로서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음은 유럽이다. 저자는 유럽이 실험하는 '유럽연합'의 형성과정을 설명하며 그 속에 잠재된 강대국과 주변 국가 간의 정치적 발언권, 경제적 불평등을 꼬집으며 과거 유럽의 영광에 대한 향수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정치, 경제, 군사의,경제, 단일체로 거듭나려는 유럽에 대해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러시아이다. 앞서 말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혜를 보는 지역이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며 동토의 나라 러시아가 북극권을 비롯해 경작지가 북으로 확장하면서 부존한 천연가스 등과 강대한 군사력으로 소비에트연합 붕괴 이후 퇴색한 국가를 다시 영향력 있는 국가의 반열에 올릴 수 있을지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의 영향과 과거 위성국이던 국가들과의 관계정립 문제, 소수민족과의 분쟁, 푸틴의 권위주의 정권에 의한 공산주의 잔재는 과거 세계를 양분한 소련이 부활할 것인가에 의심을 품게 한다.

 다음은 아프리카이다. 유럽의 노예무역, 자원착취 등에서 겪은 풍상에서 아직 탈피하지 못한 채 기아, 종족분쟁, 독재정권, 종교분쟁, 위생보건문제(전염병) 으로 생존마저 열악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고, 인류 요람의 땅이라고 <왜 지금 지리학인가>에서 하름 데 블레이는 말한다.

 

** 우리는 지리학에 대한 관심에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나, 좀 더 크게 시야를 확장하면 인류의 공통된 이슈와 문제에 대처하기(인구, 기후변화)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리학적 '인지 지도'를 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인간은 한계가 없다, 극복가능하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하지만 물리적 환경에 최소한의 제약은 받는다. 이는 인간이 창조한, 문명, 사회, 제도와 사고방식, 생활방식, 행동방식이 두 발을 딛고 선 지리, 지형과 상호작용 한다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왜 지금은 지리학인가>에서 의미있게 본 곳은 전체 11장 중에서 3(인구증가와 지구의 미래)5(환경이 운명을 결정한다)10(골치아픈 땅 러시아)였다. 지리학으로 국제정세를 조망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관점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