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박사의 궁금증 해결소

 

<외교상상력>

 

 중국의 한 역사가가 말했듯 과거 역사를 거울삼아 오늘의 현재를 이해하는 방편으로 삼을 수 있다. 여러모로 이 책은 책을 읽고 싶었던 동기와 책을 통해 얻고자 한 목적을 기대한 만큼이나 얻게끔 해주었다.

 

+ <외교상상력>이 출간되기 전 서평을 썼는데, 요즘 보면 독서 당시에도 그랬지만 국제정세에 대한 입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기본 이론과 중요 사건을 담고 있다. 저자는 얼마 전 들리는 소식으로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일을 맡고 있다고 한다.

 

 미소 냉전 당시 초기엔 미국의 핵무기가 사정거리 우세로 소련에 앞섰으나 점차 소련이 맞대응하면서 우위가 사라졌고 이에 동반한 결과가 나토의 일원인 유럽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소련의 핵미사일에 상시 노출된 것이었다. 여기서 이들 유럽 국가의 안보상황은 오늘날 북한 핵에 위협받는 한국의 안보상황으로 바꿔 생각해 볼 수도 있고(챕터4),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서독 사민당의 내독 정책과 냉전 말 기민당 집권 시 콜 총리의 통일정책으로 이어진 그 일관성을 볼 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수권정당이 바뀔 때마다 폐기되다시피 하는 이전 정권의 통일정책을 생각하면 깨달을 점이 많다는 사실은 책의 서문에서 제기하는 팩트이기도 하다.(챕터10)

 

 

 국제질서에서 패권국에 대한 부상하는 도전국의 등장은 고전적인 물음으로 오늘날 부상하는 중국 역시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다. 비록 중국이 과거 제국 시절(18C 이전)에 현상유지라는 지역패권을 추구하기 위해 훗날의 19C 영국, 20C 미국과 달리 관용적이고 비非군사화적 전략으로 목표를 달성했다지만 역동적인 역사적 조류로 인해 중국이 미국에 '신형 대국관계'를 제시하고, 또 대외 기조가'도광양회'에서 '주동 작위'로 변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제1 도련선을 넘어 제2 도련선으로 확장하려는 전략, 난사군도, 시사군도를 점거해 군사긴장을 유발하는 것은 또 과거와는 다른 시각의 해석으로 보아지게 하기도 한다.(챕터7)

 

 신선한 새로운 관점이자 개념을 접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접하기 힘들 것 같다. 바로 '동아시아의 다자적 안보체제'이다. 현재 동아시아(광의에서 한, 중, 일, 동남아)를 규율하는 다자적 안보체제는 과거에도 또한 지금도 없다. 저자분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 없었고 이는 과거를 세계사적으로 볼 때 그럴만한 이유도 일정 있으리라고 본다. (한,중,일도 어려운데 동남아까지 가능할까)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를 전망하면 비록 불투명하기는 하나 없으리라고 볼 수는 없을 듯하다. 기존 아세안+3 정상협의체가 있지만 EU(유럽연합)처럼 경제, 통화, 정치, 안보가 통합된 공동체는 그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과 역사적 비극, 난관을 발판 삼아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EU의 성장과정을 책으로 느끼면서 당시 우리 한국 지식인이 느꼈을 충격을 새삼 깨닫게 된 듯하다. 그리고 더 앞서 탄생한 UN(국제연합)은 더욱 비장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오늘날 흔히 우리가 든든한 지원군으로 느끼는 UN(UN에 대해 너무 의존적, 기대감을 갖는 듯한 표현이다;;), 우리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중심축에 위치해 기능하는 UN이라는 '집단안보'의 개념과 그 전쟁억제력이 거저 생겨난 것이 아니고, 우리가 이상적으로 역사를 반성한 결과 있어서는 안 될 전쟁(제1,2차 세계대전)이 역설적으로 있었지 않고서야 (UN) 존재할 수 없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에 이르고 나면 오늘날 우리를 위협하는 전방위의 모든 대상 국가들이 냉혹하게도 가벼이 인식할 수 없다는 이 엄중한 현실이 몸 깊숙이 파고들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나로서는 우리나라의 대외전략의 기조라는 빅 픽처(Bic Picture)를 구상하지는 못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국제정치라는 것이 큰 틀에서 국가가 대외적으로 추구하는 분명한 입장과 메시지를 견지한 상태여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강대국들은 이미 자신 있고 분명하게 실행하고 있다. 이른바 대외정책을 각 개별 국가와의 관계, 즉 양자관계로써 잘게 쪼개서 보지 않는 것이다. 이는 작은 시야와 사안에 매몰되지 않고 보다 큰 국면, 그리고 핵심이익을 상정해 조망하는데서 시작한다.

 

 <외교상상력>은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강의 3년 차에 이광형 대학원장의 제안으로 강의실 밖 더 넓은 독자층과 그 내용을 공유해보라는 제안으로 계기가 되어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독자로서 이론과 역사라는 창을 통해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시각, 지난 100여 년간 오늘의 세계를 있게 한 역사적 사건, 평화와 위협이 상존하는 시공간에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보다 큰 국면을 조망하고 미래를 희망적으로 그려갈 수 있는 힘을 전해준 이 책에 저자님과 출간에 힘써 주신 모든 관계자 분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로는 '지정학'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도 그 개념이나 심화된 내용을 얼마나 제대로,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본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이는 신문을 보면서 국제정세나 안보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단골 용어랄까. 그래서 '지정학'적 지식을 쌓고 이 용어에 익숙해지기 위해 (漢字로) 정치와 지리가 결합한 의미 그대로 온전히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지정학이라는 학문은 들어본 적이 없지만 있든 없든 이 용어의 쓰임 자체만으로 학문만큼의 중요성이 있어 보인다. 눈길을 끌었던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가 기준 삼는 시점에서의 '현대'라고 할 수 있는 1945년부터 오늘날 까지는 역사를 왕성한 호기심으로 탐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시대순 공부에 있어서 유종의 미, 옛 과거로 동떨어진 시간의 역사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직간접적 이해(利害)가 걸린 중대한 역사적 시기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의 부제인 "지정학으로 바라본 1945년부터 오늘날까지의 국제관계"에서 이를 '지정학'과 접목하면 오래전부터 궁금해했던 각 국가 간의 역학관계까지 읽어볼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닿았기 때문이다.

 

 

 학문이라는 것은 (이론, 가설이 갖는 역할과 인간의 지식의 요체, 정신활동의 토대이자 정수로 인식해 볼 때) 그 자체로도 크나큰 의미를 가질 수는 있지만 결국엔 인간이 쌓고 쌓아 만들어진 산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대다수 사람이 동의하는 틀과 범위는 있을지언정 예를 들어 한 개인이 지정학을 한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별다른 한계는 있을 수 없다. 나는 지정학이란 거창한 학문이라는 대로의 인식에 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다만 5대양 6대주라는 과거적의 틀 안에서 각 지역 별로 인접국과의 관계 설정 문제, 지역 패권, 세계 패권 세 단계로 국제정치가 도약해 나가는 과정임은 지각할 수 있었다. 여기서 '과거적의 틀'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두 초강대국(미, 소)으로 이루어진 양극화 시대가 마감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최첨단 무기의 위력으로 인해 (사정거리, 초음속, 우주 고도 진입 등) 이제는 거의 지리적으로 '제한'이란 말이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정학'에서 오늘날 '정치'만 의미 있을 뿐 '지리'는 사실상 (다극체제의 정상을 점하는 강대국이나 문명 수준 단위의 핵심국이 안보정책을 수립할 때에 지리는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으나) 의미를 잃었다고 봤다.

 

( + 거의 6년 전 지정학의 모든 것이 출간되기 전 작성한 서평이다. 이 당시 영국의 EU 탈퇴, 사드 문제가 공식화된 시점이다. 참고해서 글의 맥락에 맞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요즘 브렉시트, 사드 문제로 국제정세가 복잡하게 돌고 있다. 영국은 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 EU를 이탈하려 했는가, 또 EU 창설멤버인 프랑스, 독일은 영국을 붙잡다가 결과 발표 탈퇴 확정 후 더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는가 하는 이런 의문은 풀기 쉽지 않고 그래서 복잡 미묘한 문제이다. '실리적으로 장단기적 손익문제도, 대의명분에 따른 도덕적 문제도, 아니면 우발적 현상일지도...' 하는 평가나 판단은 후세의 역사가들의 기록으로 사건 전말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을 통해 봤을 때 영국이 프랑스를 따돌리고 미국 도움으로 핵 보유국이 되고 그 직후 미국과는 전통적으로 연이 없는(미국 독립과정에서 프랑스의 지원을 제외하면) 프랑스와 이념 대립 중이던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핵 미보유국의 핵 개발을 원천 차단해 버린 점, 비슷한 시점에 영국이 자유세계 진영 최초로 중국의 유일 합법정부로 대만을 배제하고 마오쩌둥의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인정한 점, 이에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핵개발에 성공한 후 중화인민공화국을 인정하고 유럽 최초로 대사관을 설치한 점, 미국의 (유럽으로부터의) 고립주의 전통 등을 보면 (프랑스 입장에서 국제 정세를 바라보면서 지정학적 설명을 저자 파스칼 보나파스가 하고 있다, 그렇지만) 언급한 최근 국제정세(브렉시트, 사드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깊어지게 되길 바라는 본인에게 콘텍스트 Context(맥락)적으로 세계정세 및 국제관계를 보게 해 주는데 도움을 주리라 본다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은 파스칼 보나파스(프랑스의 국제전문가)가 썼다. 미국과 약간의 대립면이 있는 프랑스, 하나의 유럽을 지향하는 EU의 정신에 따라 프랑스와 소련의 접점을 감안하여 프랑스적 시각과 논리를 수용해 봄으로써 오늘날 다원주의, 다원화 사회에서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수많은 국가와 관계를 맺는 우리나라로서는 주변국 및 협력관계의 많은 국가들과 공통의 이해관계를 맺고 유연한 스탠스 Stance(자세)로 실리를 확보하여 당당하게 처신할 수 있는 국가가 되고 신뢰받는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 서길 작게나마 소망해 본다.